[상담 바로알기②] 내가 상담사로 산다는 것은…“상담사 양성 과정 법제화만이 모순 해결의 열쇠”
[상담 바로알기②] 내가 상담사로 산다는 것은…“상담사 양성 과정 법제화만이 모순 해결의 열쇠”
  • 김창대
  • 승인 2024.01.09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온국민 마음건강을 위한 전문상담사단체협의회 회장 기고
의료행위와 구별되는 상담, 전문영역으로 인정돼야
한국상담학회 설립…전문상담가 양성 국가와 대학으로 이관되리라 생각했는데
남발되는 민간자격증과 차별화 위해 공인화 시도…국가 자격증화 지연
대학의 전망 결여로 교수 비율 낮아, 상담 교육의 질적 악화 초래
대학서 실습 못 받고 개인 비용으로 상담 수련…부실 민간 자격증 급증
상담사 양성 과정 법제화 필요…지난 25년 돌아보면 그 한걸음 ‘절실’

우리 사회에는 수천 가지의 상담자격증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졸속으로 상담자격증을 받는 등 무자격에 가까운 이들이 상담의 영역을 훼손하고 있다. ‘엉터리’ 상담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인드포스트>는 상담 관련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4차례 기획 특집으로 싣는다. 특히 상담사 법률이 제정돼 마음 아픈 이들이 자격을 갖춘 권위 있는 상담사들을 통해 고통을 치유하는 사회적 선순환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면서...

김창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김창대 교수 제공]
김창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김창대 교수 제공]

다음은 90년대 말에 했던 생각이다.

“한국인의 마음이 많이 피폐하다. 화병(火病)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참고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그런데, 울분이 많은 마음은 상담으로 치유할 수 있다. 화병을 비롯한 마음의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내가 배운 상담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상담이 너무 생소해서 사람들이 정신과와 혼동한다. 의료행위와는 구별되는 상담이 살기 위해서는 전문영역으로 인정되어야 할 텐데… 그리고 상담이 특정 학과의 전유물이 아닌데, 어느 학회는 특정 학과를 졸업하지 않거나 추천 받지 않으면 아예 학회에 입회도 할 수 없다.

너무 폐쇄적이다. 또한 상담이 너무 좋아서 상담 관련 단체와 학회가 많이 생긴 것은 좋은데... 우리끼리 다투거나 폐쇄적으로 되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나? 학과에 상관없이, 누가 더 나은 상담사임을 따지지 말고 상담에 관한 필수 교과목을 수강하고 상담 실무를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훈련을 마친 상담사, 즉 정해진 프로그램을 이수한 상담사들이 의학이나 타 전공과 구별되는 전문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힘을 좀 모으면 안 될까?”

이후 몇몇 동료들과 힘을 합쳐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존재하던 학회의 학회장들을 만나고 이 뜻을 전했다. 뜻에 참여하는 학회들이 모였고 2000년 한국상담학회가 설립됐다. 그리고 학술단체가 해야 하는 본연의 일과 더불어 나름 합리적이고 한국의 현실에 맞는 교과목과 실무 훈련 내용으로 전문가 자격 기준을 만든 후 그 기준에 따라 전문상담사도 양성했다. 그러고는 막연하나마 다음과 같이 기대하고 또 노력했다.

첫째, 한국에서 상담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다(사실 이것은 소망과 믿음에 기초한 생각이었다). 둘째, 대학에서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여 상담 전공이 설치되고 교수가 충원될 것이다. 셋째, 만들어 둔 상담의 전문영역의 구조(예: 심리상담, 진로상담, 가족상담, 학교상담 등)나 자격요건(예: 필수과목, 실습요건 등)이 상담 전공 프로그램의 기본 틀이 되면 좋겠다.

넷째, 최대한 빨리 자격증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제도가 마련돼 학회에서 맡고 있던 전문상담사 양성 기능이 국가와 대학으로 이관되게끔 해야겠다. 다섯째, 그전까지만 임시로 한국상담학회에서 전문가 양성 기능을 맡아 사회에 배출할 필요가 있겠다.

이 중에서 몇 가지는 예상했던 바대로 진행됐다. 상담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각종 대학원에서는 상담 전공이 많이 설치되었으며, 최소한의 교수 인력이 충원됐다. 그리고 상담학회의 분과 구조나 자격요건은 전공 프로그램의 기본 틀을 제공했고, 그 틀을 거쳐 양성된 상담사들은 개인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심지어 상담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학부에 상담학과가 설치되었는데,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매우 긍정적 측면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했다.

첫째, 상담사 관련 자격증의 국가 자격증화가 생각보다 무척 어렵고 지연되었다. 민간자격증을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너무 쉬웠고, 남발되는 민간자격증과 질적으로 차별화하기 자격증의 공인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그리고 국가자격증은 요원했다.

둘째, 간간이 만들어지는 상담 관련 국가자격 제도는 국민의 마음 건강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 즉 ‘상담’을 위에 두고 그 밑에 전문 분야(예: 심리, 가족, 아동, 청소년, 트라우마 등)를 두는 구조가 아닌, 지엽적인 문제나 대상을 중심으로 작은 자격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상담을 중심으로 구조화되고 통합되는 형태는 점점 멀어졌다. 아마 작은 것부터 만드는 것이 훨씬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셋째, 대학에서 상담을 전공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교수의 규모도 비례해서 커질 것이라 예상했으나, 대학은 상담 전공을 캐시 카우(cash cow), 즉 고수익 상품으로 생각하여, 학생 수는 증가했지만, 그 비율만큼 교수는 충원되지 않았다. 교수에 대한 학생의 비율은 지나치게 높아졌고 실습이 중요한 상담 전공 교육의 질적 악화를 초래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넷째, 대학원 학점 수나 교수 수의 제한으로 학생들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실습을 받을 수가 없어, 학교 밖으로 나가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상담 수련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문제의 끝판왕인 자격증의 남발로 이어졌다. 상담에 대한 요구의 급증, 시장의 확대, 상담 전공생의 증가는 긍정적인 측면이었으나, 대학이나 대학원 교육의 질적으로 악화되고 민간자격증의 공인화나 국가자격증 제도가 지연되면서, 자격증 발급이 수익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사람들이 정체가 불분명한 기관을 만들어 자격증을 무분별하게 발급했다.

혼돈이 시작됐다. 그리고 피폐한 한국인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점점 멀어졌고 미래를 좀 더 예측하지 못한 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뜻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래도 취지는 좋았다’고 위안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초기의 의도가 순진했으며 더욱 냉철하게 전략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고 반성하고 있다.

되돌아가면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돌아갈 수도 없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현재의 선택과 노력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이제까지 불거진 문제를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

바로 방법이 상담사 양성 과정의 법제화이다. 지금으로서는 이것만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야 상담사 양성 교육 과정을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학생들은 상담사가 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자격증 남발로 불거진 문제들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미뤄져 왔던 상담 법제화를 꼭 이루어야 국민 마음을 제대로 돌볼 수 있고 평안하게끔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지난 25년 이상 마음 깊은 곳에서 계속 들려오는, 작지만 끊이지 않는 소리, ‘미련하고 둔하지만 한국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옥토로 만들어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하고 편하고 행복하게 되면 좋겠다’는 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지점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