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인아메리카] 정신장애는 생물학이 아닌 트라우마와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매드인아메리카] 정신장애는 생물학이 아닌 트라우마와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4.01.05 1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hoto=mad in america]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외롭고 슬픈 표정의 한 남자 [photo=mad in america]

처방전은 해롭지 않고 도움이 된다는 검증을 필요로 한다. 정신과 약물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엄청난 자료가 입증한다. 의학 연구자들이 많은 신체질환의 생물학적 원인을 발견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신의학 연구자들은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대한 생리적 또는 유전적 원인을 찾지 못해 이러한 약물 처방의 근거를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실패는 (1) 정신장애의 신체적 원인을 찾기 위해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가 수백억 달러의 연구비를 지출하고 (2) 환자들이 이러한 처방에 매년 수백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해 오고 있다.

의료 과학은 신체적 질병이든 정신적 장애든 (1) 진단 (2) 문제 설명 (3) 치료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건강 돌봄과 관련된 이러한 의료 과학에 관한 데이터는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에는 의학적 과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과 진단 매뉴얼(DSM)은 타당성이나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정신장애에 대한 정신의학의 설명인 화학적 불균형 이론은 과학적 실험에 실패했으며, 항우울제는 위약(플라시보)보다 효과적이지 않으며, 정신과 약물의 장기 사용은 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약물 효과에 대한 잘못된 정신과적 주장과 NIMH의 고집스럽지만 근거가 없는 의학적 입장은 정신과 치료의 의료화에 대한 과학적 정당성이 없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그리고 이는 정신과에서 자신들의 관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하는 바로 그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연구자들과 정신의학 저널은 데이터를 올바르게 분석하면 정신과 약물이 위약보다 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그 가치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사들에게 정신과 약물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으로 잘못 전달한다.

일반인은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착각, 상업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이야기만 듣고 있다. 언론은 진실이 매우 잘 기록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의료화된 정신건강 치료는 과학이 아닌 선동에 근거한 부패한 출처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정신과 약물이 정신장애를 완화하기보다 악화시킨다는 데이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잘 알고 있다. 상당한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정신장애는 생물학적 원인이 아닌 사회적/심리적 원인, 곧 질병이 아닌 부정적인 환경 조건에 노출되는 것이 원인이다. 트라우마와 트라우마에 대한 역기능적 반응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정신장애의 원인이다. 의학적 문제를 심리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큰 잘못인 것처럼, 심리적 문제를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도 큰 잘못이다.

신체적 손상이 발견되더라도 그 손상은 질병 과정이 아니라 부정적인 삶의 조건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빈곤은 트라우마의 한 형태다. 빈곤은 정신장애의 원인으로 연구돼 왔으며, 이러한 연구는 비의학적 개입이 어떻게 치유를 촉진하는지 보여준다. 또 생물학적 지표가 있는 경우에도 생물학적 개입이 아닌 심리적 개입을 선택하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는 고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보다 뇌 표면적이 6% 더 작았다. 연구진은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가난하고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랄 경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염색체 손상(DNA 변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행히도 환경이 개선되면 뇌의 크기와 인지능력은 성장한다. 환경은 해로울 수도 있고, 기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저자들은 "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소성이 있으며, 특히 어린 시절에 경험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연구인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청소년 연구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스캐롤라이나의 저소득층 아메리카 원주민의 정신장애 발생률과 성격을 추적했다. 부족의 보호구역에 카지노가 건설된 후, 각 부족민은 연간 4000달러를 지급받았다.

저자들은 이렇게 보고한다. "추가 수입은 아이들의 행동 및 정서 장애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보였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삶의 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 가지 주요 성격 특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첫 번째는 성실성이다. 성실성이 부족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규칙을 어기며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지내고 팀워크에 적합한 친화력이다. 이 두 가지 모두 다양한 형태의 노후 성공 및 행복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 성실성과 친화력은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역량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는다. 이 두 가지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성공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의학협회지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사회경제적 박탈감을 경험한 아이들이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조건이 역전되면 그러한 장애의 발병률이 급격히 감소한다.

멕시코에서 실시되어 란셋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빈곤 가정의 소득이 증가하면 18개월 이내에 아동의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끝으로 사회과학 및 의학 저널에 발표된 직장 내 스트레스가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빈곤보다 더 미묘한 개인/환경 변수인 소득 격차가 정신장애 진단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수입이 적은 여성은 불안장애 진단을 받을 확률이 4배, 우울증 진단을 받을 확률이 2.5배 더 높았다. 소득이 적어도 남성과 비슷해지면 불안장애 진단을 받는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우울증 진단을 받는 비율도 남성과 같았다.

이러한 결과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도 정신장애에 대한 의학적 치료보다 심리적 치료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으로 보이는 치료 후 재발에 대한 결과 연구에서도 정신과적 진단 1위인 우울증 치료에서 심리치료가 약물 치료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우울증에 대한 124건의 치료 결과를 검토한 결과, 심리 치료가 약물 치료보다 우수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NICE의 검토자들은 항우울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떨어지며, 항우울제를 오래 복용할수록 부정적인 영향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정신장애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생물학적/의학적 접근법이 아닌 사회적/심리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설득력 있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약물 처방은 여전히 정신과에서 선택하는 치료법으로 남아 있다. 정신과, 제약회사, 다른 의료진, 언론, 대중은 여전히 정신장애를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이러한 믿음에 따라 NIMH는 정신장애의 심리적 원인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한 연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구비를 투자하고, 그 대신 생물학적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이는 거의 생산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NIMH의 의학적 편견으로 인해 정신건강 관리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의료계에는 과학 준수와 관련해 이중 기준이 존재하며, 신체질환 치료와 정신장애 치료를 명확히 분리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당 연구는 의료 당국이 신체질환 치료와 관련된 과학을 추구할 때 (1) 과학을 존중하고 (2) 잘 정립된 과학적 기준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 결과 수많은 환자에게 큰 혜택을 주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정신과적 정신건강 치료에는 이 두 가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신체질환 치료에 적용되는 기준이 정신장애 치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비극이다. 

이러한 실패의 결과는 환자 치료보다 재정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정신과와 빅파르마(거대 제약회사)가 정신장애 서사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잘 감춰져 있다. 과학이 아닌 이해관계의 충돌이 정신건강 치료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 비극의 피해자가 되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요컨대 정신건강 치료는 근본적으로 잘못돼 정신장애를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으며, 당국, 언론, 대중 모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번역)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단약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않거나 주치의와의 상의 없이 임의로 단약할 경우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필진

Allan Leventhal
Allan Leventhal

앨런 M. 레벤탈 박사는 '그리프팅 우울증: 의학으로서의 정신의학의 실패'(클릭)'의 저자다. 아메리칸 대학교의 명예 교수이자 임상 심리학 박사이며 월터 리드 육군 의료센터의 명예 고문이다. 심리 치료 환자를 위한 특권적 의사소통 법안 통과에 앞장선 공로로 메릴랜드 심리학 협회로부터 우수 공로상을 수상했다.

<마인드포스트>는 국내외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둘러싼 사건과 담론을 꾸준히 취재하고 생산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저희의 역할은 특히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안언론을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올해는 여유가 되신다면 후원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개인이 아니라 <마인드포스트>에 후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의 평균 후원금은 월 2만5000원 정도지만, 얼마를 기부하든 중요한 것은 외부 압력을 받지 않으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정신건강 대안언론을 여러분이 지지한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누구나 무료로 <마인드포스트>를 접할 수 있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주류 언론에 묻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여기를 클릭하세요

번역

김근영 (가비노 김)

 

기사출처: 클릭하면 연결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