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교수 "임세원 교수 피습사건으로 정신장애인들 역시 피해자 돼”
김정원 교수 "임세원 교수 피습사건으로 정신장애인들 역시 피해자 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1.02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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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정신과 교수, 정신의학신문에 칼럼 기고
환자의 위협과 신뢰 기반 치료는 상호충돌해
신뢰 없는 기간 길어질수록 치료 효과도 반감

자신을 찾은 내담자가 휘두른 흉기로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의 죽음에 대해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우리는 정신질환자 곁에 있는 사람들입니다’라는 제하의 칼럼을 2일 정신의학신문에 기고했다.

김 교수는 “모든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는 위험할 수 있다”며 “강남역 여대생 살인, 경남 한 아파트 외벽 작업 근로자 살인 등 모두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역시 피해자가 정신과 주치의라는 점이 다를 뿐 ‘치료받지 않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라는 공통점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진료 현장에서 모든 치료받지 않은 정신질환자를 의심하고 경계할 수는 없다”며 “치료의 시작은 ‘의료진이 환자를 믿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상담치료만 이런 신뢰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약물치료 역시 신뢰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믿지 않는 의사의 약은 먹지 않습니다. 처방을 따른다는 것, 즉 다른 사람의 제안을 그대로 행한다는 것은 신뢰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김 교수는 “환자에 의한 실제적인 위협과 치료를 위해 환자를 신뢰해야 하는 부분이 서로 충돌한다”며 “이런 이유로 자신도 언젠가 경험할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의료진이 슬픔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및 관련 의료진의 진료는 위축될 것이고 그로 인한 악영향을 환자도 받게 된다”며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담과 약물치료 모두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환자의 인생과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며 “의료진 역시 불필요한 처치와 경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피로가 누적돼 효율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임 교수님이 담당하시던 수백 명의 환자들 역시 큰 심리적 충격을 받게 돼 원치 않게 다른 주치의를 찾아 떠나야 한다”며 “임 교수님을 의지하던 이들이 자신들과 같은 환자의 손에 교수님을 잃게 된 충격은 그분들의 병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에 있는 정신질환자 당사자 역시 피해자”라며 “차가워진 대중의 시선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도, 그리고 그들 곁에 있는 우리도, 모두 안전할 수 없는 걸까”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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