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연구] 동료지원쉼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해방연구] 동료지원쉼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 이한결
  • 승인 2024.03.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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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지원쉼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동료지원쉼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2023년 12월 8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및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중 ‘극히 일부’만 생존해 국회의사당 본회의의 문턱을 넘었다.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처럼 사람중심 및 권리기반의 법률도 일부만 살아남은 셈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살아남은 조항 중 하나는 ‘동료지원쉼터’이다. 동법 제15조의4(동료지원쉼터의 설치·운영)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시적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정신질환자 등에 대하여 임시로 보호하면서 동료지원인 상담 등을 제공하는 동료지원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국내에 경기동료지원쉼터, 관악동료지원쉼터 그리고 송파동료지원쉼터 총 3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이와 같은 동료지원쉼터(Peer Respite)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모범서비스로 소개하고 있는 사람중심 및 권리기반의 서비스이다. 해당 서비스는 지역사회와 분리되지 않고 편안한 장소에서 비강압적이고 회복지향적 접근을 통해 휴식과 회복을 지원하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 일반적으로 ‘위기’는 부정적인 것으로 표현되지만 동료지원쉼터에서는 ‘위기’ 안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역설하고 있다. 실제 우리들은 삶의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낀다.

또한 동료지원쉼터는 강제적인 방식이 아닌 당사자의 선호 및 의지를 고려한 비강압적 실천 그리고 회복지향적 접근을 추구한다. 이는 응급실 및 기타 전통적인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겪는 충격적인 경험을 예방하며 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나아가 동료지원쉼터는 동료 간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국내에 있는 모든 동료지원쉼터에는 정신적 상태와 독특한 현실세계를 경험하는 당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근무자는 일상에서의 위기를 경험해보았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정신의료 서비스에 침습을 경험하였고 또 때때로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였다. 이들의 경험은 동료지원쉼터 이용자와 공명을 일으키며 ‘상호성’을 만들고 ‘연결’을 강화하며 대화를 통한 성장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동료지원쉼터에서는 ‘증상’은 제거해야 될 대상이 아니다. 또한 누군가의 정신적 상태 및 독특한 현실세계를 함부로 ‘증상’이라고 가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동료지원쉼터는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물어보고, 그 경험 속에서 배움을 찾고 의미 있는 대처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한다. 단순하게 보이는 이 원리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때때로 당사자의 회복을 촉진하고 있다.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1 – “1년에 1-2번은 입원을 했는데, 지금은 입원을 하지 않아요”

동료지원쉼터 이용자 A씨는 쉼터에 오기 전까지 관계가 단절되고 방황하던 시기를 겪었다. A씨는 “아빠가 나를 잡으러 올 것 같은 두려움”, “작은 오빠는 신”이라는 생각 등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하여 길거리를 배회하다 가족도 모른 채 행정입원을 당하기도 하였고, 병동 내 비위생적 환경과 강압적 조치 그리고 나가겠다는 호소에 안정제를 맞았던 경험은 A씨에게 더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어렵게 퇴원한 A씨는 퇴원을 해서도 여전히 대인관계가 단절되었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답답한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와도 갈등이 생겼는데 그 갈등을 계기로 또 강제입원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A씨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그 순간 일상은 무너지고 직장, 학업 등은 삶에서 흐릿해져갔다.

우연히 동료지원쉼터를 알게 된 A씨는 불신에 가득찬 마음으로 이용을 결심했다. 기존부터 경험해온 서비스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던 A씨는 자신의 생각이 오해였다는 것을 이용 첫날부터 느꼈다. 동료지원쉼터는 집과 같이 편안하였고 언제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지원인이 있었다. 또한 자신의 선호에 따라 이야기를 나눌수도, 문화여가활동을 할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은 A씨의 선택을 중심으로 움직였고 A씨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필요한 것들을 연결하였다. 현재 A씨는 원하는 학업을 선택하여 학업을 이수하고 있으며, 주택 문제도 해결되어 주거생활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소소한 활동을 하며 용돈도 벌고 있다. A씨는 1년에 1-2번 정신병원에 입원했는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입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자신도 놀랍다고 표현한다.

A씨의 부모는 동료지원쉼터를 사막의 오아시스, 산소에 비유한다. A씨의 부모는 그동안의 정신건강 서비스가 딱딱한 프로그램, 약관리 등 형식적인 관리만 이루어지고 인격적인 대우 보다는 환자 취급에 무시와 억압을 당하기가 일수였다고 토로하였다. 약을 복용해도 재발이 반복되는 답답한 현실에 A씨를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곳이 없을 것이라는 지옥 속에서 버텨왔다. 하지만 동료지원쉼터를 이용한 후 독립해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A씨가 독립생활을 하고, 차가웠던 마음이 다정하게 바뀌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을 보고 기적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동료지원쉼터는 A씨에게 무언가 엄청난 서비스를 하진 않았다. 그저 A씨에게 일어난 일을 함께 듣고 고민하며 A씨가 선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강제적 방식이 아닌 비강제적 방식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믿음, A씨가 원하는 서비스를 최대한 연결하고 관계 중심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A씨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고 새로운 꿈을 가지며 인생을 나아가고 있다.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2 – “사람을 못 믿게 되었는데, 다시 사람을 믿어보려고요”

B씨는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었을까. B씨는 오랜시간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방황의 시기 동안 정신적 상태와 독특한 현실세계를 경험하였고, 정신과 진단도 받게 되었다. 다른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에서 배제된 B씨는 찜찔방, PC방,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삶 속에서 고통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자살시도를 여러번, 자살예방센터와의 통화에서도 B씨는 삶의 희망을 되찾지 못했다. 오히려 실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B씨는 사람에 대한 불신만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B씨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우연히 동료지원쉼터를 알게 되었고 처음 동료지원쉼터를 방문한 B씨는 몹시 지쳐 보였다. 헝크러진 머리, 회피하는 눈, 위축된 목소리 등 B씨의 삶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동료지원쉼터에 머무는 동안 B씨는 점차 삶의 활기를 되찾아갔다. 편안한 쉼을 통하여 B씨는 기력을 되찾았고 동료지원인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B씨는 삶의 희망을 발견했다. 막막했던 B씨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B씨의 선호 및 의지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B씨는 동료지원쉼터를 이용이 끝나고 가정폭력이 있었던 집이 아니라 다른 주거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가족과 분리되면서 가족과 관계도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직업도 가지게 되어 삶이 점차 안정되었다. 최근에는 해외에도 갔다 왔다고 연락을 하며 해외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그 모습은 동료지원쉼터를 오기 전 대교 위에서 죽음을 고민했던 B씨가 아니었다. B씨는 동료지원쉼터 이용이 끝나는 날 동료지원인에게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을 못 믿게 되었는데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나갔다.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 동료지원쉼터 이야기 3 - “동료지원쉼터의 희생을 공생과 상생으로 바꿔주세요”

위의 두 이야기는 감사하게도 이용자가 동의해주어 공유할 수 있었지만 공유할 수 없었던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동료지원쉼터에는 가득하다. 그렇다고 동료지원쉼터에서 모두가 기적 같은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변화를 희망하고, 삶의 회복하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진정 어린 위로와 지지 그리고 함께 고생을 나누는 실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은 지속하기 어렵다.

현재 동료지원쉼터는 매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간 국고보조금 1억 5천 만원이라는 적은 재정으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을 하며 인건비, 월세, 회복활동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인건비와 사업비 부족으로 인하여 더 질 좋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현재 동료지원쉼터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메꾸고 있기 때문에 지속이 어렵다. 나아가 지역 내에서도 동료지원쉼터 공간을 위협받고 있다. 대중은 여전히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이웃을 거부하고 있어 쫓겨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늘 불안한 절벽에서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당사자와 함께 희망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필자는 동료지원쉼터 쉼터지기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동료지원쉼터가 안정적인 운영궤도에 오르기를 희망한다. 동료지원쉼터 안에서는 사회가 말하는 증상의 유무를 떠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찾는다. 빈곤, 단절, 고립, 외로움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하여 고통을 겪거나 정신적 상태로 인하여 어려움이 찾아온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 희망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동료지원쉼터가 지역사회에 양적, 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관심이 모이기를 희망한다. 누군가의 희생 속에서 희망과 회복을 이끌기보다는 동료지원쉼터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기를 열망한다. 동료지원쉼터는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완화하고 정신건강 영역에 사람중심 및 권리기반의 대안적 서비스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동료지원쉼터의 장기적인 생존은 결국 서비스 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가 증상 유무를 떠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지체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길이 곧 우리의 해방이자,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누군가의 해방이지 않을까 싶다.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센터장.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해방정신보건연구회 이한결 [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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