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그림자
[당사자의 시] 그림자
  • 곽한나
  • 승인 2020.05.22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점 하나가 점점 커져 모양을 만들더니

굴곡있게 형태가 나온다

작은점 큰점 둘이 각각 짝짓기에 바쁘다

그리고 춤추듯 하느적 거리더니

서로 포개어진다


너와 나는 어둠에서 더 깊이 형체를

갖춰간다

우리는 어둠의 달빛 속에서만 만나곤 했다

 

환한 대낮이 되면 숨죽이듯 햇볕에

타들어가 메말라가기 직전 또 어둠의

달빛에 다시 태어나고

 

비와 눈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다시

서로의 그림자를 찾지만

다 못 갖춘 두 점이 서로 부둥켜 안고

이젠 떨어지지 말자고 손가락 거는

하룻밤이 너무 짧다

 

만남이 어려워서 그림자를 따라 떠도는

두 점, 그리고

빗물에 더 굵어진 눈물 방울을 찍어본다

 

*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